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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떻게 살 것인가?/ 유시민 지음/ 아포리아/ 알라딘eBook


 어떻게 살 것인가?/ 유시민 지음/ 아포리아/ 알라딘eBook


p 8.
 그런 점에서 행복한 삶을 원한다면 일이 아니라 놀이를 앞자리에 두어야 한다. 일이 먼저가 아니다. 놀이가 먼저다.

p 11.
 크라잉넛 멤버들은 자기가 원하는 인생을 스스로 설계했고 그 삶을 옳다고 생각하는 방식으로 살았다.
 행복했기에, 대학을 가지 않거나 대학 공부를 하는 둥 마는 둥 하면서 노래와 연주에 열정을 쏟아 부었다. 학생운동과 노동운동, 시민운동을 한 청년들 중에도 그런 사람이 많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그렇지 않았다. 스스로 인생을 설계하지도 않았고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 살지도 못했다. 마음 가는 대로 살지 못했다. 죽을 때까지 이대로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하지도 않았다.

p 16.
 삶의 존엄과 인생의 품격은 스스로 찾아야 한다. 죄악과 비천함에서 자기를 지키는 것만으로는 훌륭한 삶을 살 수 없다. 악당이나 괴물이 되지 않았다고 해서 훌륭한 것은 아니다. 무엇이 되든, 무엇을 이루든, ‘자기 결정권’ 또는 ‘자유의지’를 적극적으로 행사해 기쁨과 자부심을 느끼는 인생을 살아야 훌륭하다고 할 수 있다. 나는 그렇게 믿는다.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자기 결정권’을 행사하는 일이다. ‘자기 결정권’이란 스스로 설계한 삶을 옳다고 믿는 방식으로 살아가려는 의지이며 권리이다. 철학자 존 스튜어트 밀J. S. Mill의 표현을 가져다 쓰자. “사람은 누구든지 자신의 삶을 자기 방식대로 살아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 방식이 최선이어서가 아니라, 자기 방식대로 사는 길이기 때문에 바람직한 것이다.”2 사람마다 인생을 다르게 산다.

p 33.
 어떤 죽음을 준비하느냐에 따라 삶의 내용과 의미, 품격이 달라진다. 남아 있는 삶의 시간이 길수록 죽음에 대한 생각은 더 큰 가치가 있다. 아직 젊은 사람일수록 더 깊이 있게 죽음의 의미를 사유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p 36.
 어떻게 사는 인생이 훌륭할까. 일단 잠정적인 결론을 내렸다. ‘하고 싶어서 마음이 설레는 일을 하자. 그 일을 열정적으로 남보다 잘하자. 그리고 그걸로 밥도 먹자. 이것이 성공하는 인생 아니겠는가.’ 내가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생각해보았다. 

p 39.
 2012년 칸국제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받은 미카엘 하네케 감독의 영화 「아무르Amour」에서 노환에 쓰러진 여주인공은 아직 정신이 남아 있을 때 남편에게 말한다. “사는 이유를 모르겠어.” 먹지 않으려고 이를 앙다문 아내에게 억지로 물을 마시게 하던 남편은 결국 베개로 아내를 눌러 죽인다.

p 41.
 삶이 사랑과 환희와 성취감으로 채워져야 마땅하다고 생각하지만 좌절과 슬픔, 상실과 이별 역시 피할 수 없는 삶의 한 요소임을 받아들인다.18(주석)

18(주석) 부정적 생활 사건을 만났을 때 위로와 힘을 주는 책으로는 심각한 우울증을 극복한 소설가 김형경의 심리에세이 『좋은 이별』(푸른숲, 2009)을 권한다. 노무현 대통령 서거 이후 누구를 향한 것인지도 모를 원망과 분노와 냉소에 휩싸였던 때 나는 이 책을 읽고 따뜻한 위로와 격려를 받았다.

p 71.
 글을 잘 쓰려면 어휘를 많이 알아야 한다. 나는 박경리 선생의 『토지』 1부를 다섯 번 넘게 읽었다. 조정래 선생의 『태백산맥』과 황석영 선생의 『장길산』도 여러 번 읽었다. 어휘가 풍부하고 문장이 아름다운 문학 작품을 반복해서 읽는 것은 베껴 쓰기 못지않게 어휘를 늘리는 데 도움이 된다.

p 76.
 그렇다면 어떤 직업이 좋은 직업일까? 사람들은 안정되고, 근무 환경이 좋고, 돈을 많이 벌고, 남의 존경을 받을 수 있는 직업을 선호한다. 이런 것들은 물론 중요하다. 그러나 그 모든 것보다 중요한 것은 일 그 자체가 즐겁게 느껴지는 직업을 선택하는 것이라고 나는 믿는다. 성공하는 인생을 살고 싶다면 그렇게 하는 게 맞다.

 인생의 성공은 멀리 있지 않다.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고, 그것을 남들만큼 잘하고, 그 일을 해서 밥을 먹고살면 최소한 절반은 성공한 인생이다. 돈 때문에, 남의 눈을 의식해서, 부모님의 기대를 저버릴 수 없어서, 또는 사회의 평판 때문에 즐겁지 않은 일을 직업으로 선택한다면 그 인생은 처음부터 절반 실패하고 들어가는 것이다. 꼭 즐겁지 않더라도 최소한 괴롭지 않은 일을 직업으로 삼아야 한다.

p 78.
 그러나 결단이 너무 늦는 법은 없다. 아무리 나이가 들었어도, 자신이 일상에서 즐거움을 느끼는 쪽으로 직업을 바꾸는 것은 언제나 바람직하다고 본다.
 직업을 잘 선택하려면 열등감을 극복해야 한다. 자신의 내면을 정직하게 들여다보아야 한다. 세상은 넓고 사람은 많다. 어디를 가든 나보다 능력이 뛰어난 사람이 있다. 원하는 사람이 적은 직업도 있고, 많은 사람이 좋아하는 직업도 있다. 남들이 어떤 직업을 선호하는지 의식하지 말아야 한다.

p 88.
 일이 즐겁다는 것은 목표를 이루었을 때 성취감이나 보람을 느끼는 것과는 다르다. 일을 하는 구체적인 과정 그 자체가 즐겁다는 뜻이다.

p 94.
 영원한 이별의 상상이 가슴 찢어지게 아린 맛을 주는 그 사람에게, 꼭 해주고 싶다고 생각했던 그대로를 하라. 그것이 좋은 사랑의 표현이라고 생각한다.

p 95.
 성적 교감을 매개로 가족이 되는 것은 배우자밖에 없다. 배우자에 대한 사랑은 그 배우자가 동성同性이든 이성異性이든, 성적性的 욕구와 교감이 기초가 된다. 이것 없이도 가족 관계를 유지할 수는 있지만 이것 없이는 온전한 배우자라고 할 수 없다. “가족끼리 섹스 하는 건 근친상간이야.” 이것은 중년 남자들이 하는 농담 가운데 단연 최악이다.
혼인이 깨지는 것 자체가 가장 큰 불행은 아니다. 사랑을 잃어버리는 것이 진짜 불행이다. 파경은 이미 생긴 불행을 확인하는 절차에 지나지 않는다. 사랑이 없는 혼인 생활을 계속하는 것은 새로운 사랑을 찾기 위해 헤어지는 것보다 더 큰 불행일 수 있다.
 결혼은 구애의 종착점이 아니다. 혼인한 이후에도 배우자에게 이성으로서 매력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 외모를 건강하고 보기 좋게 가꾸어야 한다. 다정한 말과 이벤트로 계속 점수를 따야 한다. 손잡기와 입맞춤, 팔베개와 같은 소소한 구애 행동을 멈추지 말아야 한다. 생활이 고달프고 일이 바쁘고 아이들 때문에 속상한 일이 있어도 남편 또는 아내를 연인으로 여기면서 배우자가 다른 여자 또는 다른 남자에게 마음을 빼앗기지 않도록 사로잡아야 한다. 구애는 단순한 짝짓기 수단을 넘어 소통과 공감의 기쁨을 만드는 행위이다. 구애 행동으로 표현되지 않는다면 사랑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한다. 그것 말고는 사랑의 감정을 인지할 수 있는 다른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p 97.
 행복을 느끼는 능력을 가지려면 삶을 스스로 설계하고 자신이 원하는 삶의 방식을 찾아야 한다. 자녀가 스스로 이것을 할 수 있도록 격려하고 시행착오를 경험할 기회를 주어야 한다.

p 98.
 아이를 사랑해주고 부모 스스로 좋은 삶을 사는 것, 그것이 양육의 핵심이다.

p 99.
 자녀를 사랑하는 것을 말릴 수는 없다. 그러나 잘못 사랑하는 것은 말려야 한다. 자녀를 사랑하는 가장 훌륭한 방법은 아이들 스스로 자기가 살고 싶은 삶을 설계하고 자기가 옳다고 생각하는 방법으로 살게 하는 것이다. 어떤 인생을 선택하든 믿고 격려하면서 어려움에 처했을 때 자기 결정권을 침해하지 않는 범위에서 조금 도와주는 것이다. 많이 사랑하고 그 사랑을 최대한 표현함으로써 작은 일에도 쉽게 행복해질 수 있는 능력을 키워주는 것이다. 제대로 된 사랑을 듬뿍 받고 자라나 스스로 인생을 만들어나가는 사람은 아주 작은 일에도 쉽게 행복을 느끼게 된다.

p 101.
 젊은 시절 칼럼니스트로 이름을 떨쳤던 홍사중 선생은 아름답게 나이를 먹는 것이 매우 어려운 일이라고 했다. 일흔여덟에 쓴 수필집에서 그는 밉게 늙는 사람들의 특징을 이렇게 정리했다.55

1. 평소 잘난 체, 있는 체, 아는 체를 하면서 거드름 부리기를 잘 한다.
2. 없는 체 한다.
3. 우는 소리, 넋두리를 잘 한다.
4. 마음이 옹졸하여 너그럽지 못하고 쉽게 화를 낸다.
5. 다른 사람은 안중에도 없는 안하무인격으로 행동한다.
6. 남의 말을 안 듣고 자기 이야기만 늘어놓는다.
 
 55 홍사중 지음, 『늙는다는 것 죽는다는 것』, 로그인, 2008, 146쪽.

 사실 노인만 그런 게 아니다. 젊은 사람도 그럴 수 있다. 나는 훨씬 젊었을 때에도 이런 ‘밉상짓’을 좀 했다. 지금도 여전히 그런 면이 남아 있을 것이다. 이런 태도는 늙어서 새로 생기는 게 아니라 모든 사람에게 원래부터 있다. 홍사중 선생이 예시한 ‘밉상짓 목록’은 젊은이들에게도 자기의 모습을 비추어볼 수 있는 거울이 된다. 만약 다음과 같이 정반대로만 한다면 노인이든 청년이든 똑같이 멋진 사람이 될 수 있다.

1. 잘난 체, 있는 체, 아는 체 하지 않고 겸손하게 처신한다.
2. 없어도 없는 티를 내지 않는다.
3. 힘든 일이 있어도 의연하게 대처한다.
4. 매사에 넓은 마음으로 너그럽게 임하며 웬만한 일에는 화를 내지 않는다.
5. 다른 사람을 배려하며 신중하게 행동한다.
6. 내 이야기를 늘어놓기보다는 남의 말을 경청한다.

p 111.
 타인의 고통이나 기쁨에 공감하는 능력은 자연이 우리에게 준 본능이다. 유복한 집안의 머리 좋은 도련님이었던 카를 마르크스와 프리드리히 엥겔스가 「공산당 선언」을 쓴 것도 바로 이 본능 때문이었다고 생각한다. 사상은 계급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개인의 두뇌에서 만들어진다. 계급적 귀속이 사람의 의식에 강력한 영향을 주는 것은 사실이지만 생각을 전적으로 구속하지는 못한다. 생각은 자유롭다. 그 무엇도 가둘 수 없다. 오늘날 대한민국에서는 똑같이 서울 강남에 살면서 특목고를 나와 명문대학에 간 젊은이들 중에서 ‘우파’와 ‘좌파’가 나온다. 이유가 무엇일까? 철학자나 정치학자, 사회학자 누구도 그럴듯한 설명을 해주지 못했다. 이 질문에 명확한 답을 준 것은 뇌 과학자들이었다. 인간의 대뇌피질에는 특별한 기능을 하는 신경세포가 있다. 이것이 타인의 고통이나 기쁨에 감응하게 만든다. 과학자들은 여기에 ‘거울뉴런mirror neuron’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내가 이름을 지었다면 ‘공감뉴런’이라고 했을 것 같다.

p 113.
 공감을 바탕으로 사회적 공동선을 이루어나가는 것을 나는 ‘연대’라고 부른다. 그리고 이러한 연대가 이루어내는 아름답고 유쾌한 변화를 ‘진보’라고 이해한다.

p 115.
 외계 생명체가 지구를 침공하지 않는 한 70억 인류가 모두 하나로 단결하는 경우는 없을 것이다.

p 117.
 진화적으로 새롭고 생물학적으로 덜 자연스러운 진보적 사상이 거듭되는 패배에도 불구하고 더 널리 퍼지고 일상의 행위 양식에 녹아들어간다. 그에 따라 문명은 더 높은 수준으로 올라가며 사람들 사이의 관계는 더 정의로워진다.

p 118.
 인간은 이타 행동을 하는 이기적 존재이다. 이타 행동의 한계는 정해진 것이 없다. 어디까지 해야 바람직한지 객관적 기준이 있는 것도 아니다. 마음이 움직이고 스스로 감당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죽음까지도 감당할 수 있다면 그럴 수 있고, 그저 작은 성금을 보내는 정도만 감당할 수 있다면 그래도 좋을 것이다. 사람은 그 무엇을 위한 도구가 아니다. 누구도 타인에게 어떤 이념이나 공동선을 실현하는 도구가 되라고 강요해서는 안 된다. 스스로 느끼는 만큼, 그리고 자기가 할 수 있고 또 옳다고 생각하는 방식으로 참여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p 125.
 신앙이나 이념은 훌륭할 수 있다. 그러나 거기에는 조건이 있다. 다른 이념과 다른 신앙에 대한 관용tolerance을 갖추는 것이다. 그럴 때에만 신념은 삶을 풍요롭고 기쁘고 의미 있게 만드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래야 사람이 이념의 도구나 노예가 아니라 주인이 되는 것이다. 빛나야 할 것은 신앙이나 이념이 아니다. 정말 빛나야 할 것은 자연이 준 본성과 욕망을 긍정적으로 표출하고 실현하면서 영위하는 기쁜 삶이다.

p 128.
 헬렌 켈러의 생애에 대해서는 많은 책이, 영화가, 다큐멘터리가 만들어졌다. 헬렌 켈러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은 보거나 만질 수 없으며 오로지 마음으로 느낄 수 있다고 한 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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