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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좋아하는 것/# 책

-. 보통의 존재/ 이석원/ 달

보통의 존재/ 이석원/ 달 

 

p 87.
나는 가벼운 건 별로거든. 잠깐 즐길 순 있어도 마음을 아예 내어줄 순 없다는 얘기지. 난 중앙의 격조, 품격, 뭐 그런 것들을 좋아하니까.

p 188.
그대
활짝 핀 꽃 앞에 놓인
남은 운명이
시드는 것밖엔 없다한들

그렇다고
피어나길 주저하겠는가.

p 192.
나는 희망을 함부로 말하는 사람들이 무섭다. 희망 이후의 세계가 두렵기 때문이다. 절망을 경험해본 사람이라면 혹여 운좋게 거기서 벗어났다 한들 함부로 희망을 이야기 하기엔 조심스러운 사람이 될 것 같은데, 세상엔 그에 아랑곳하지 않는 용기 있는 사람들이 더 많은가보다.

p 272.
동기가 불순하면 행위도 순수하지 못한 것이라고 했던가. 고통으로 자극받아 피어난 사랑은 새로운 고통이 수혈되지 않으면 사그라지고 마는 것처럼, 이해도 마찬가지다. 자신을 지키기 위한 노력은 결코 상대에 대해 진정한 이해가 될 수 없는 것이다.

 

 


p 287.
나는 우리나라의 결혼을 앞둔 예비신랑들이 하객모으기에 얼마나 강박적으로 시달리는지 잘 안다. 우리는 결혼식 때, 친구들이 얼마나 오는가를 놓고 그 사람을 판단하려하기 때문이다. 친구가 많이 온 신랑은 성품이나 대인관계 면에서 인정받는 반면 그렇지 못한 사람은 인간성이나 사회적인 능력에 뭔가 문제라도 있는 것처럼 여기는 시선들.

p 310.
[두려움]

세상의 수많은 두려움 중에서
아주 일상적으로 마주치는 것.

거절당하면 어쩌지? 하는 두려움.

p 327.
말이 통하지 않는 사람과의 대화법은?
-없다.

p 372.
세상은 자기만 알고 있어도 되는 사적이고 개인적인 이야기를 굳이 공개적으로 쓸 때엔 관심을 보이진 않지만, 생각을 드러내는 일에 대해서는 상당한 너그러움과 호기심을 갖고 대해준다.

p 319.
[너만 그런 건 아니야]
하고 싶은 게 없다고 너무 고민하지 마.
고민되는 건 이해하지만 너만 그런 건 아니야.
우리가 어렸을 때부터 선생님들이
누구나 재능과 꿈이 한가지씩은 있는 법이라고
사기를 치는 바람에 그렇지, 없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데.
당신은 글을 쓰지 않냐고?
나, 하고 싶은 일이 생기기까지 정말 오랜 시간이 걸렸어.
38년 만에 겨우 하나 건진 거라구.
하고 싶은 일, 꿈, 생의 의미 이런 것들...
그렇게 쉽게 찾아지는 게 아니더라고.

동갑내기 친구 중에 런던에 유학 가 있는 애가 있어.
그 친구한테 내가 이 나이에 처음으로 하고 싶은 게 생겼다고 하니까



누구보다 축하를 건네는 거야. 자기는 아직도 찾고 있다며.
늦도록 공부하면서도 정말 이 길이 내가 가야 하는 길이 맞는지 100% 확신하진 못하는 것 같더라구.

어렸을 때는 막연하게 '설마 내가 그렇게 살기야 하겠어?' 하던 많은 것들이 나이를 먹으니까 정말 현실이 되더라. 어른이 되면 자동으로 훈이나 철이처럼 주인공이 될 줄 알았는데 나는 그냥 여전히 석원이일 뿐이었어.
게다가 성공은 고사하고 도대체 하고 싶은 게 없는 거야. 보통 고민이라는 게 꿈은 당연히 있고 그 꿈을 어떻게 이룰 것인가를 놓고 하는 게 고민이지 나처럼 '왜 난 하고 싶은 게 없는 걸까' 이런 고민은 어디가서 쪽팔려서 말도 못하고 정말 내 자신만 한심하게 느껴지거든.
그러던 것이, 어느 날 38년 만에 겨우 하나 찾아지니까 솔직히 좀 허탈하더라. 그럼 지금까지 살아온 세월은 뭘까 싶어서.
그냥 살은 거지. 그냥.

근데 말이야. 나는 이제서야 겨우 작은 할 일을 찾았지만 그렇다고해서 그 전과는 다르게 엄청나게 행복해지는 것도 아니었어.
한때는 정말이지 아무리 작은 것이라도 좋으니까 내가 이 세상을 살아가야 할 이유를 달라고 간절히 기도한 적도 있었거든.
근데 막상 이유가 생겨도 여전히 힘들고, 무료할 때도 많고, 일을 마치고 나면 허탈하고...
그런 건 똑같은 겉 같애.
단지 마음속에 예전에 없던 어떤 희미한 무언가, 그저 작은 거 하나 들어있는 기분은 들어.
이게 바로 생의 의미라는 거겠지.
이 작은 걸 찾기 위해서 다들 그렇게 애쓰고 있는 걸까?

그런데 그 생의 의미, 하고 싶은 일, 꿈... 이런 거 어떻게 보면 정말 신기루 같애.
그런 거창한 거 없이도 일상의 행복을 누리면서 사는 사람들 얼마든지 많구, 생겼다고 좋아했다가 아닌가 싶어서 다시 힘들어하는 사람들도 많은 걸 보면, 확신이라는 걸 갖고 사는 사람들이 정말 몇이나 될까 싶어.
그러니 내가 볼 때 중요한 건 그게 있건 없건 자신이 불행하지 않다고 생각하며 사는 게 가장 중요한 거 같애. 안 그러니?

아무튼 기운 내. 너만 그런 건 아니니까.

p 359.
[인생의 법칙]
며칠 전 면허시험 볼 때 다들 말리는 당일치기로 접수를 해놓고 급한 맘에 야매로 교습해주는 사람한테 돈 삼만 원을 주고 코스를 도는데 그 야매인생을 사는 사람조차 인생의 법칙을 명확히 알더라는 것 아닙니까.

"모든 것이 운입니다. 운이 중요해요. 당신이 어떤 경관을 만나느냐, 깐깐한 사람인가 아닌가, 당신의 코스가 쉬운 A코스로 될 것인가, 복잡한 B코스로 될 것인가, 출퇴근 시간이라 차들이 많아지는가, 아닌가...
이 모든 것들이 운이죠. 그게 중요한 겁니다."

p 360.
[남녀 사이 친구]
뭐든지 단정 짓는 걸 싫어하기 때문에 이것도 꼭 그렇다는 건 아니지만 남녀 사이 친구라는 게 정말 어렵다. 영화에서 해리가 했던 말이 난 정답이라고 봐. 남자와 여자는 친구가 될 수 없다고 했었지.
그래. 우리가 손을 잡는 게 아니었어. 오랜 친구를 바랬건만...
손을 잡다보면 또 잡고 싶고 그러다보면 결국 그다음 단계로 넘어가게 되잖아. 스킨쉽하는 친구 사이? 말이 안 되지.
서로가 분명한 거리를 유지한 채 그렇게 편안하게 지내던 그때가 좋았는데... 그걸로 충분하다고 생각했는데...

정말이지, 우리가 손을 잡는 게 아니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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